근황

블로그에 글을 안쓴지 꽤 오래된 것 같다. 약 8 ~ 9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여러일이 있었다. 하지만 딱히 글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나의 감정이나 감상을 녹이는 글을 쓰는게 좋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정과 감상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자주 해야한다.

또한 주로 긴 글을 쓰기 때문에 오랜시간동안 감정 또는 감상에 빠져있어야 하고 이로 인해서 쉽게 피로해진다. 그래서 글을 잘 쓰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끝나지 않을 것 같던 2020년이 끝이 나게 되었고 2020년을 정리하고 2021년을 새로시작하는 마음으로 글을 써본다.

20년은…

대학생활

지난 일반고 3년 회고록에서 나는 대학 입시에 실패했다고 했었다.

근데 막상 학교에 가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 만큼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는 학교에서 지내는 시간이 무의미하다고 느낀 적이 많았다. 끊임 없이 가는 시간 속에서 나는 선생님들에게는 성적이 좋지는 않지만 말 잘 들는 학생으로, 어쩌면 친구들에게는 컴퓨터 조금 아는 애로 묵묵히 나의 가면을 만들어갔다. 하지만 대학교에서는 그런식으로 살아갈 필요가 없었다. 즉 자유로워졌다. 햇살이 비치는 날에 햇살을 쬐고 수업이 끝나면 어디든 갈 수 있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가야한다는 부담감과 억지로 친해져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냉랭함과 달리 학교 수업이 끝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지하철을 타고 지하철역에서 올라오면 따뜻한 바람이 나를 반겨주었다.

이러한 자유로움 속에서 2020년의 대학생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학업👨‍🎓

학교 수업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거의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물론 학교도 가긴했지만 전체 학기의 시간 중에서 고작 2~3달정도 밖에 안되는 것 같다.

아무튼 이로인해 ZOOM, 이나 유투브로 강의를 듣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수업들이 인상적이었다.

역시 프로그래밍 수업이 좋았다. 코딩을 할 수 있는 교수님과 코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실습실에서 모두가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교수님이 내준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갔다. 약간의 긴장감은 있었지만 부담감은 없었다. 내가 짠 코드가 돌아가고 검은색 창에 정답을 뿌리면 왠지 모를 성취감에 기분이 살짝 업된다. 그리고 어느새 다음 문제를 향해 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짜릿하다.

또한 교양 수업중에서 인상깊었던 수업은 신화와 종교라는 수업이다. 원래라면 모여서 진행한는 토론수업이지만 코로나로 인해 교수님이 질문을 내주면 그 질문에 대해 교재를 참고하여 답을 하고 다음 시간에 교수님께서 질문에 대한 설명을 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인상 깊었던 내용이 많다. 신화와 종교에 대해서 그냥 비과학적 미신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 수업은 그런 생각을 바꾸기에 충분하다. 멀치아 엘리아데, 조셉 캠벨, 칼 융, 지그문트 프로이드같은 사람들의 생각을 살펴보면서 종교와신화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종교는 틀림없이 민감한 주제이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기 꺼려하고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이 수업을 통해서 다른 종교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 이해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어서 특별히 좋았던 것 같다.

코딩생활

중학교 2~3학년 쯤에 HFS라는 프로그램으로 인해 처음 웹페이지를 만드는 것에 관심이 생겼고, 무료 도메인을 구하고, 넷북을 가지고 워드프레스로 교회사이트를 만들어보는 경험 (물론 사용되지는 않았음 ㅠ) 도 하면서 웹세계에 점점 발을 들이고 있는 중이었다. 중학교 3학년 때는 라즈베리파이를 구입함과 동시에 윈도우 서버기반에서 리눅스 기반으로 메일서버, 프린터 서버도 만들어 보면서 리눅스 쉘에 점점 익숙해질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고등학교 1학년 재학중에 나무위키처럼 학교 교과공부를 조금이나마 쉽고 재밌게 만들겠다는 목표로 Witeach(wiki + teach) 라는 MediaWiki 기반의 웹페이지를 만들어서 교내 대회에 나가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때까지 나는 파이썬 정말 기초 문법 밖에 모르는 초짜중에 초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코딩을 즐겁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정말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내 머릿속의 희미한 생각을 코딩이라는 행위로 표현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주변환경에 상관없이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어서이고, 이에 대해 너무나 많은 감사함을 느낀다. 아무튼 2020년의 코딩생활은 이러한 사고방식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결과로 이루어졌다.

알고리즘🧠

알고리즘은 쉽게 말해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다. 프로그래밍을 정말 간단히 이야기 하면 컴퓨터를 이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므로 프로그래밍과 알고리즘은 어느정도 관련이있다고 볼 수 있다. 나는 2019년 말 부터 2020년 초까지 BOJ 사이트의 문제를 알고리즘 연습 겸 열심히 풀고 있었다. 그게 나의 알고리즘 공부의 전부였다. 그리고 잠시 BOJ 문제 푸는 것을 쉬게되고 6월이 되어서 우연히 학교 에브리타임에 알고리즘 스터디(현재는 동아리)를 모집한다는 글을 보고 스터디에 가입하게 되었다. 스터디는 비대면으로 진행되었고 일주일에 한 번씩 BOJ 문제를 2문제를 풀고 인증하고, 또한 정해진 시간동안 문제를 풀고 디스코드로 문제에 대해서 피드백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어려운 문제를 풀고 피드백하면 할수록 내 실력이 아직 한참 멀었음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원분들의 따뜻하고 친절한 가르침과 함께 하루하루 성장하는 느낌이 좋았다. 또한 대학생이 되서 다른 학생분들과 처음으로 참여하는 사적 모임이었고, 비음주자인 나에게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알고리즘을 공부하고자 하는 열정만 있다면 참여할 수 있었던 굉장히 의미있는 사교활동 이었던 것 같다.

프로젝트📚

총 두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

첫번째 프로젝트는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에 영화관 티켓을 인증하는 걸 보고 시작하게된 “감성티켓”이라는 프로젝트였다. 감성티켓은 간단히 말해서 영상제목, 인원, 장소를 입력하면 영화관 티켓느낌의 정사각형 사진을 만들어주는 서비스이다. 뭐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글도 적을 것이지만 Flask 기반의 웹서비스로 만들어졌고 html파일을 이미지로 만들어주는 wkhtmltoimage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정사각형의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뭐 그저 그랬지만, 빠르게 만들어본 flask 프로젝트치고는 충분히 재미있었던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두번째 프로젝트는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4개월?). 프로젝트 이름은 “김지홍의 통학생활”이다. 이름 그대로 창원과 부산을 통학하면서 수업이 끝나고 버스를 타기전 시간까지 많은 시간이 남는데 이 시간동안 짧지만 부산 여행을 하고 싶어서 만든 지도 웹서비스다. 프론트엔드는 html, css, 자바스크립트 조합에다 자바스크립트 지도 라이브러리 Leaflet.js를 사용했다. 백엔드는 파이썬 Flask로 RESTful api를 구현했고, MySQL 데이터베이스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불러왔다. 이 프로젝트 역시 사람들의 반응은 그저 그랬다. 자바스크립트, 웹세계의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을 프로젝트를 통해(CORS, Promise 등) 조금이나마 이해 해볼 수 있었고, 또한 도커를 통해 배포를 진행하면서 도커 배포에 대해서도 공부할 수 있었던 뜻깊은 경험이었던 것 같다.

21년은?

간단하다. 하루의 할 일을 완수하면서 전체적인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알고리즘🧠

BOJ의 Solved.ac 기준의 골드 문제를 풀 수 있을 정도로(현재는 실버 어려운 문제는 힘들다ㅠ) 연습하는 것과 문제를 푸는 속도를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다.

또한 그 과정을 글로도 정리하면서 정리되고 잘 정제된 지식을 얻고 싶다.

토익🔠

시험이라는 다소 강제적인 목표를 세우고, 영어공부를 하는 것이 좀 그렇지만 독해 능력과 리스닝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 누구나 다하는 토익을 한번 시도 해볼려고 한다.

프론트세계🎨에 발만 아니라 몸을 담구기👨‍🚀

솔직히 나는 내가 백엔드를 더 관심이 많은지, 프론트엔트에 관심이 많은지 헷갈렸었다 지난 1년 동안을 생각해 볼 때 정말 예쁘고 말 그대로 “환상적인” 웹사이트를 볼 때마다 “나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래서 미루어 두었던 자바스크립트를 중심으로 리액트, 리액트 네이티브까지 제대로 한번 공부해서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대갈 때까지 정말 잘 만든 프로젝트 하나를 만들고 싶다.

끝으로

스무 살 비음주자로 살아가면서 술이 중심이 되는 소위 “어른”들의 모임에 나가지도 초대받지도 않게 되었다. 정말 웃기다 일년 전(2019년)에는 아무렇지 않게 어울릴 수 있었지만 지금은 “어른”이라는 이유로 어울릴 수 없다니. 술자리에서 나는 아마 불편함 그 자체일 것이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미안함도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에는 정말 화가나고 외로웠다. 하지만 남들과의 관계를 위해서 자신의 신념을 포기하고, 친하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억지로 끼여 있어야 되는 복잡한 인간관계의 알고리즘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나를 있는 그대로 생각해주고 존중해주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이 더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의미있는 한 해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럼 안녕.

“Have I not commanded you? Be strong and courageous. Do not be afraid; do not be discouraged, for the LORD your God will be with you wherever you go.” Joshua 1:9 NIV